<인생이 내게 준 선물>를 읽고,,
만약 3개월 뒤에 죽는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아직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고, 머나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여기 뇌암말기 판정을 받고 시한부 3개월을 선고받은 유진 오켈리의 저서 "인생이 내게 준 선물" 이란 책이 있다. 그의 나이 고작 53세, 미국 최고의 회계법인 KPMG의 회장이야기가 시작된다.
하루하루가 바쁜 주인공은 출장을 다녀와서 몸의 이상을 느낀다. 오른쪽 얼굴부분이 축 쳐지고, 약간의 경련을 느낀다. 단순히 업무가 많다 보니 업무 스트레스 때문 이게 꺼니하고 아내와 함께 병원을 찾아간다. 의사는 다음날 MRI를 다시 찍어보자고 한다. 다음날 의사는 충격적인 말을 전한다. 뇌암 말기입니다. 3개월 정도밖에 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는 덤덤하게 받아드린다. 가족들도 충격을 받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어떻게 보낼지 생각을 한다. 그에게 남은 시간 100일, 그는 CEO로써 상당히 효율성을 중시한다. 이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에 고민을 한다. 6주 동안 방사능 치료를 받으면서 주변사람들과 작별인사를 준비한다.
그의 삶은 항상 미래지향적이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현재보다는 미래를 선택했다. 결국 현재를 희생한 샘이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그의 삶에 암이란 그림자가 다가오자 불현듯 현재를 느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든다. 골프를 칠 때 주변의 나무소리, 새소리, 해가 지는 모습들이 들어오지 않았다.
- 살아 있는 것은 축복이다
하지만 지금 한순간 한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그는 주변사람들과 헤어질 준비를 한다. 만나야할 사람들을 대략 추려보니 1,000명이나 된다. 모두 만날 수는 없기에 못 만난 사람들은 편지와 전화로 작별인사를 대신한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오히려 슬픔보다는 평온한 기분을 그에게 선사한다.
다행히 그는 말기암 환자치고 통증이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병원을 방문했을때 자기보다 훨씬 고통스러워하거나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은 그나마 나은 경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많은 사람들과의 작별인사도 그의 몸상태가 상대적으로 괜찮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주변사람들과의 인사후에 마지막 가족들과의 시간으로 남은 시간을 보낸다. 보트를 타고 잔잔한 호수 위에서 가족과 친척들과의 대화는 그가 죽기 전에 가장 소중하게 느낀 시간이다. 그리고 그의 14살 딸 지나와의 이별은,, 역시나 쉽지가 않다. 2005년 9월 그는 가족들 곁에서 조용히 눈을 감는다.
과연 내가 100일만 살수 있다면 무엇을 할까? 란생각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별로 특별한 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냥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고, 여행을 해야겠다는 다소 소박한 생각들이 주를 이뤘다. 우리가 생각하는 소중한 일들이 어쩌면 바쁘다는 핑계에 묻혀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시간이 없어서 자신에게 소중한 일들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그 삶은 불행한 삶일 수 있다. 좀 덜 일한다고, 너무 바쁘게 살지 않아도 당장에 인생에 지장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죽은 2005년이나 현재 2024년이나 바쁜 사람들은 항상 많은 것 같다. 야근이 잦은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과연 소중한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궁금하다.
- 끝으로
우선 나부터라도 소중한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야 겠다. 그렇다고 무작정 일을 그만두고 몇 달, 몇 년을 쉰다는 건 아니다. 현재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쉬는 날이든, 남는 시간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더 충실하게 보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삶도 중요하지만 현재를 느끼며 현재를 만족하는 삶. 유진 오켈리가 떠나기 전 남긴 메시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최근 나도 힘든 일을 겪으며 역시 가족밖에 없다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글상에서는 자세하게 설명을 못하지만, 역시나 힘든순간이 오면 가족들한테 밖에 말을 할 수가 없다. 친구, 직장동료, 아는 선배, 동생들이 있어도, 나의 속마음을 말할 수 없다.
비록 책의 저자처럼 죽음의 순간에 생각하는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기는 그 순간이 되어야 알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란 간접경험을 해볼 수 있지 않은가. 죽음은 너무 슬프니, 다른 힘든 순간을 통해서도 가족의 소중함을 느껴 볼 수 있다. 더 좋은 건 이런 힘듦 없이, 행복하게 보내며 소중함을 느끼는 게 최고 아닐까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